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선생이 청나라 건륭제(乾隆帝)의 칠순잔치를 축하하기 위한 사절단의 일원으로 압록강을 건너 만주벌판을 보자, ‘참으로 울기 좋은 곳이로다. 한번 이곳에서 실컷 울어보고 싶구나(好哭場可以哭矣)’라고 했답니다.

박지원(朴趾源)선생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기이하게 생각한 정(鄭)진사가 연암에게 ‘이렇게 넓은 벌판을 보고 하필이면 울음울기 좋은 곳(好哭場)이라고 하는가’를 물었더니, 연암(燕巖)은 ‘울음은 슬퍼서만 우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인 칠정(七情)이 극에 이르면 모두 울음이 되어 나오는 법’이라고 했답니다.

정말로 칠정(七情-喜怒哀樂愛惡欲) 즉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사랑과 증오, 그리고 욕심이 극에 달하면 모두 울음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암(燕巖)은 ‘영웅은 울 때를 알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英雄善泣 美人多淚)’라고 했습니다.

차가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理性)으로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으로 사는 사람 같고 멋있어 보이지만, 따뜻한 가슴이 없으면 많은 사람을 품에 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따뜻한 가슴은 눈물의 샘이기 때문에 이 눈물의 샘이 마른 사람은 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라오면서 ‘남자란 눈물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가정의 기둥이요, 나라의 동량이 되는 남자가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서는 큰일을 하지 못한다는 뜻의 가르침이었지, 남을 따뜻하게 품을 가슴을 가지지 말라는 가르침은 아니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서 국민들은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세월호 침몰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진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지도자를 보지 못했으며, 오히려 여･야 정치인들의 쌈박질에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이번 ‘메르스’사건에도 죽음을 걸고 치료에 임하는 많은 의료인들을 오히려 응원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은 없고 ‘질책’에만 매달려 있었습니다.

여의도 정치판에서 매일 불을 품어대는 바람에 지금 우리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중부권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데도 아픈 농민의 가슴을 적셔주는 눈물이 정치인들에게는 없는 것 같습니다. 농민들은 뜨거운 햇빛아래에서 가뭄과 사투를 벌리는데, 여의도 정치인들은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싸움만 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메마른 들판에서 대통령이 직접 물 호스를 들고 물을 주는 모습에서 대통령의 마음이 농민에게 한 걸음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리더(Leader)는 조금은 비어있는 듯한 어리숙함이 있어야 하고, 따뜻한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눈물이 남자들의 금기(禁忌)가 아니라 영웅(英雄)이 갖추어야 할 당연한 감정(感情)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