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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연(孟浩然)의 시(詩) ‘초가을(初秋)’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김 철 수 박사
 
상주시민뉴스 기사입력  2023/11/03 [09:19] ⓒ 상주시민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김 철 수 박사

  지난여름은 예년보다 유난히 더웠고 비도 많이 왔습니다. 몹시 따가웠던 여름 더위가 완연히 물러서는 것을 보니 이미 가을이 왔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옛날 같지 않은 날씨를 놓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던 일도 지나가 버렸고, 풍요를 싣고 올 「한가위」를 한가롭게 기다리는 여유로운 마음이어서, 성균관대 이준식 명예교수가 풀어준 당(唐)나라의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초가을(初秋)’을 봅니다.

   

        어느새 초가을이라 밤 점차 길어지고,  不覺初秋夜漸長

        청풍 산들산들 더더욱 서늘하네.  清風習習重凄凉

        이글이글 무더위 사라진 고요한 초가,  炎炎暑退茅齋靜

        계단 아래 풀숲엔 반짝이는 이슬방울.  階下叢莎有露光

  

  시인은 우리처럼 유난히 따가웠던 무더위를 겪었는지, 맑은 바람이 있어 즐거웠으며, 풀숲에 반짝이는 이슬방울을 찾는 가을밤의 정경(情景)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시골에 특별히 고요한 계절이 따로 있을 리 없고, 또 달빛에 비친 이슬방울이 가을이라고 유난히 영롱할 것도 없지만, 시인에게는 무더위를 겪은 후의 가을 맛이 예사롭지 않은 듯했습니다.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 ~ 740년)은 이백이나 두보, 왕유와 동시대에 활동한 중국 당나라의 저명한 시인이고, 이름은 호(浩), 자는 호연(浩然), 호(號)는 녹문거사(鹿門處士)입니다.

  젊어서 과거에 실패하고, 한때는 녹문산(鹿門山)에 숨어 살면서 시 짓는 일에 몰두하다가, 서른 후반에 고향을 떠나 낙양 등지를 유람하고, 마흔이 다 되어서야 장안(長安)에서 시(詩)로써 이름을 날렸습니다. 

  비록 과거에 낙마하는 바람에 벼슬은 하지 못했지만, 산수(山水)의 아름다움을 격조 높은 시(詩)로 읊어서 왕유(王維)와 함께 당대 산수전원시인(山水田園詩人)의 조종(祖宗)으로 추존(推尊)되었습니다. 

  이런 맹호연(孟浩然)이 우연히 당(唐) 현종을 배알한 자리에서 시를 읊은 일이 있었는데, 시구(詩句)속에 ‘재주 없어 명군(名君)께서 날 버리셨다’는 말이 있어서 현종으로부터 ‘내가 언제 그대를 버렸단 말인가’라는 핀잔을 받았습니다. 환로(宦路)에 미련을 두었던 그는 그길로 낙향(落鄕)해서 ‘황망(慌忙) 중에 보낸 30년 세월, 학문과 무예 둘 다 이룬 게 없구나. … 이젠 그저 술이나 즐길 뿐, 누가 다시 세상의 공명(功名)을 논하랴’하며 울분을 삼켰다고 합니다.

  시인은 첫 시구(詩句)에서 지난여름의 더위 때문인지 ‘초가을 밤이 차차 길어짐을 깨닫지 못했다가, 서늘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서 시원하니 그제서야 가을이 옴을 느낀 것 같습니다.

  매일 치고받는 정치꾼들 때문에 하늘이 놀라서, 금년 여름은 더 더웠고, 폭우(暴雨)도 쏟아져서 애꿋은 사람만 희생된듯합니다. 내년 여름에는 정치꾼들이 제 정신을 차려서 제발 하늘이 노하는 일이 없기를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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