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韋庵) 장지연(張志淵)선생은 1864년에 상주(尙州)에서 태어나서 1921년 마산(馬山)에서 타계(他界)하셨고, 한 평생을 항일언론인(抗日言論人)과 조선말(朝鮮末)의 유학자(儒學者)라는 두 가지 길을 걸었던 분입니다.
  선생은 35세 되던 해인 1899년에 <시사총보(時事叢報)>주필이 되었다가 45세 되던 해인 1909년에 <경남일보> 주필을 맡기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 언론계에서 활동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선생은 항일의식(抗日意識)을 불러일으키는 많은 글들을 신문에 게재하였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황성신문>에 실은 “시일야 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사설이고, <경남일보>에 실은 황현(黃玹)선생의 “절명시(絶命詩)”였습니다.
  선생은 “시일야 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사설을 쓰는 바람에 일본 경찰에 잡혀 3개월간 옥살이를 하였고 <황성신문> 사장 자리까지 물러나야 했으며, 계속되는 일제의 압력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하고, 이어서 중국 상하이와 난징 등지를 1년 넘게 방황하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황현(黃玹)선생의 “절명시”를 게재한 대가로 <경남일보> 주필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어서 돌아가시기 까지 12년 동안 가난과 병마(病魔)와 싸우며 가슴에 뭉쳐진 울분을 시문(詩文)과 술에 의탁하면서 살았습니다.

  이런 장지연 선생이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親日人名辭典)>을 통해서 ‘친일파(親日派)’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고, 급기야는 정부가  서훈(敍勳)을 취소하였습니다. 

  선생이 친일(親日)기사를 실었던 것은 돌아가시기 6년 전인 1915년에 6편, 1916년에 1편, 1917년에 1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선생은 가난과 병마에 몹시 시달렸으나 일제치하였기 때문에 도와주는 사람 없이 무척 어려운 삶을 살았습니다.
  따라서 말년의 곡필(曲筆)은 이런 선생의 참상을 주시하던 조선총독부에서 생활비와 병치료비를 당근으로 하여 선생을 유인했을 것이고, 선생 또한 너무나 절박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친일적인 글을 써 주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한 평생을 나라와 민족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큰 인물(人物)이었기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이런 유혹에 넘어가지 말았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고, 선생은 절박(切迫)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났을 때 선생의 부음을 슬퍼하는 한 신문사의 기사 중에,

  “선생은 생(生)하여 의(義)가 존(存)하며, 지(志)가 일(一)하니, 그 생(生)이 난(難)하였으며, 의(義)가 성(成)치 못하고 지(志)가 전(全)치 못하니 그 사(死)가 또한 난(難)하도다.”

라고 하였습니다. 옳고 바른 것에 일관한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의 삶이 더욱 고통스러웠음을 말하면서도 그 뜻이 제대로 펼쳐질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통탄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공과(功過)가 함께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일생을 전제로 해야지 어느 한 모퉁이의 이야기만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위암 선생이 그렇습니다. 말년의 글 몇 편을 두고 이것만 가지고 선생을 항일독립운동가가 아닌 친일분자로만 내 모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도 위암 선생은 평생을 친일(親日)이 아닌 항일(抗日)을 한 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갖은 박해를 받았던 일제치하에서의 고통보다도 지금의 ‘친일분자(親日分子)라는 이야기가 더 서러울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선생의 유해(遺骸)가 고향인 상주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작은 허물에 분노하지 말고 큰 공적에 감사해 하는 성숙한 상주사람으로 선생을 맞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