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문화원장 김 철 수 박사

   ‘망지사목계(望之似木鷄) 기덕전(其德全)’이란 말이 있습니다. “보기에는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으나 그 덕이 완전하다.”는 장자가 말한 목계지덕(木鷄之德)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옛날 중국 주(周)나라의 선왕(宣王)은 투계(鬪鷄)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싸움닭 한 마리를 골라서 투계조련사인 기성자(記成子)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열흘 후에,

  “이제 닭이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

그러자 기성자(記成子)는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닭이 강하기는 하나 아직 교만하여 스스로 최고인 줄 압니다. 그 교만함을 버리지 않는다면 최고의 투계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열흘이 흘러 기성자에게,

  “이제 닭이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

  “아닙니다. 비록 교만함은 버렸으나 아직 상대의 소리와 그림자에 쉽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신중함이 없이는 최고의 투계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열흘 뒤에 기성자에게, “이제 닭이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를 물으니,

  “아닙니다. 이제 조급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우 공격적입니다. 그 눈매를 버리지 않는 한 최고의 투계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열흘이 흐른 뒤, ‘아직도 닭이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는가?’하자, 기성자는 웃으면서 왕에게 대답했다.

  “예! 이제는 목계(木鷄)가 되었으니 이제 세상의 어떤 닭도 이 닭을 보면 도망가고 말 것입니다.”

  장자(莊子)가 말하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은 온유(溫柔)함을 의미합니다. 온유함은 겉으로는 약한 것 같지만 속은 강하고 잘 무장되어 있어서, 이길 수 있으나 저 줄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계산하고 생각하는 지혜로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정직과 바른 판단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온유함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온유함이 점차 사라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선 나라에 온유함이 없고 살벌하기만 합니다. 또한 허물없던 친구들이 원수가 되는 것을 보면서, 누구하고도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며, 유언비어가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용서하고 포용하는 관용이 없는 살벌한 세상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무술년 한해도 거의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바깥세상은 엄동설한(嚴冬雪寒)이지만, 우리들 내부는 온유(溫柔)함으로 따뜻한 세상이 되도록 모두가 생각을 모으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