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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의 일기
 
상주시민뉴스 기사입력  2015/04/09 [15:06] ⓒ 상주시민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요양원)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 평 남겨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 같은 가난만 물려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비틀어진 젖꼭지 파고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 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이 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타가운 모습인 것 같습니다.

   신판 고려장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어머니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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