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 경 삼 문해교육조합 이사장/이원의료기 대표

  마음에서 느끼는 책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로부터 책이란 귀한 물건이자, 가진 것 자체만으로도 지존의 마음을 지킬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존귀함을 표시하는 한 시대의 트렌드였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손에 책을 간직하고 다니는 사람을 볼 때면 이유 없이 존귀해 보이고, 지적인 사람으로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옛날 선비에 있어 책이란 자신의 자존심과 함께했다. 아무리 생계가 힘이 들지라도 책을 지키려 했고, 굳이 책을 팔 때면 자신의 존재가 와르르 무너지는 비탄함을 토로하곤 했다. 책이란 나의 지적인 분신이자 나의 정신이며, 나의 명예였던 것이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돌아보면 어떤 친구 아버지는 공부하는 책을 찢어 불쏘시개로 쓰거나, 잎담배를 잘게 썰어서 종이에 말아 침을 발라 붙인 후 독한 담배를 피우곤 했다. 그때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하얀 담배 연기를 보면서 무슨 심정으로 책을 뜯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책의 가치 보다 힘든 삶의 무게를 푸는 본능적인 도구였을 것이다. 새마을 담배도 사서 피울 수 없었던 가난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의 필요적 욕구를 우선시한 그분들의 무지였지만 우리에겐 어두운 그런 시절이 있었다.

 행동은 다르지만 지금에도 책이 귀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책은 하나의 이미지 소품이자,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단순 정보 매체의 일회용 소비품으로 전락해 버렸고 심하게는 개인의 장식물로 채워지는 수치로 전락해 버렸다.

 책의 외적인 이미지만 이용하는 얄팍한 사람들의 마음엔 책의 내적인 의미는 퇴색되어 버렸다. 아마도 책이 책의 마음을 하소연하노라면 "이젠 불쏘시개도 안 되고, 똥?도 못 되는 설움에 산다" 라고 할 것이다.

 책은 살아 움직이는 마음이다. 책을 통하여 나를 뒤돌아 볼 수 있고, 나를 제어할 수 있는 통찰력과 의지력을 키울 수 있다. 나를 좋은 쪽으로 인도해 주는 메시지를 한없이 전해준다. 그 어느 누구가 나에게 삶의 가치를 가르쳐 주겠는가?  말없이 조용한 책이 큰 뜻을 마음으로 전해주고 알려줄 뿐이다.

 나는 요즈음 사람들을 보면서 책을 좀 읽도록 권한다. 책을 접하면 마음이 넓어지고 지금의 나에게서 발전하는 삶의 행복과 보람을 발견할 수 있는 객관적 위치를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아는 사람은 마음이 고요하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