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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유형(明德惟馨)’의 의미
상주문화원장 김 철 수 박사
 
상주시민뉴스 기사입력  2020/03/10 [15:08] ⓒ 상주시민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상주문화원장 김 철 수 박사

  지금 우리는 늘어만 가는 코로나19’의 위세 때문에 일상(日常)이 온통 마비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310일 0시 기준으로 7,513명이 확진환자이고, 사망자는 54명이며, 18,452명이 코로나 감염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를 진행 중에 있다는 보도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곧 좋아진다라는 대통령의 허세가 도마에 오르고 있고, 이런 시점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환영의 오찬을 열고, 환하게 웃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사진 한 장 때문에 국민들의 분기(憤氣)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은 언제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놓고 분노하는 것은 아니고, 초기에 막을 것을 막지 못한데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 500년 역사를 통해서 보면, 어느 때나 역질(疫疾)의 창궐 때문에 백성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희생이 컸던 것은 성종 13(1482)에 황해도에서 일어난 역병으로 황해도 백성만 29백여명이 희생되었고, 그 다음이 영조 22(1746)에 전라도에서 일어난 역병으로 금산(錦山) 21개 고을에서 949명이 희생된 일입니다.

 

  성종 13(1482) 410일에 황해도에서 발생한 전염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정을 도승지 이길보는 이렇게 보고하였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풍토(風土)의 탓일 것입니다. 황해도의 수령(守令)과 왕래(往來)하는 사람은 병들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문종(文宗)께서 일찍이 친히 제사지내려고 하실 때에, 대간(臺諫)불가(不可)하다.’고 하니, 문종께서 말씀하시기를, ‘대저 인심(人心)이 안정(安定)되면 병이 없는 것이다. 내가 만약에 친히 제사지내면, 백성들이 내가 백성들의 죽음을 진념(軫念)하는 것을 알고, 마음속에 안정함이 있을 것이니, 그러면 거의 병이 없을 것이다.’ 하셨습니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제사를 지냈는데도 오히려 없어지지 않으니, 무슨 까닭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성종이 말하기를,

 

  "옛사람이 말하기를, ‘명덕유형(明德惟馨) 이라고 했다. 제사를 지내면서 정결(精潔)하게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 감사(監司)에게 유시(諭示)하여, 제사를 행할 때에 힘써 정결함을 다하게 하라.’

 

고 하였고, 도승지 이길보는,

 

  "비단 제사뿐만 아니라, 의약(醫藥)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의원(醫員)이 집집마다 가서 구료(救療)할 수 없으니, 여러 고을로 하여금 약재(藥材)를 많이 준비하게 하여 제때에 구급(救急)하게 하소서.”

 

하였습니다. <성종실록> 140권에 있는 기록입니다.

  여기에서 명덕유형(明德惟馨)이란 서경(書經)군진(君陳) 편에서 인용한 말로써, 이상적인 정치를 펴면 아름다운 향기가 신명(神明)을 감동시키게 되는데, 그것은 신에게 바치는 제물(祭物))이 향기로와 감동하는 것이 아니고 덕치(德治)로 인하여 감동한다는 것으로서, 이는 덕치를 펴도록 권려(勸勵)한 뜻입니다.

 

  문종 1년에도 황해도에서 역병이 만연하였는데, 임금이 친히 도승지 이계전(李季甸)에게 이런 글을 보였습니다.

 

  "이제 듣건대, 교하(交河)원평(原平) 등지에 악병이 침투 전염되어 그 세()가 자못 커지고 있으며, 경기(京畿)와 몹시 가까운지라 만일 서울에서 혹시 한 사람이라도 그 병중이 유사한 자가 생긴다면 그 일이 작지 않아서 필시 천도(遷都)의 논의가 있기까지에 이른다 해도 누가 굳이 불가하다고 하겠는가? 그러한 까닭에 이 병을 구료한다는 것은 급히 서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나의 생각에는 비단 황해도(黃海道)의 병뿐만 아니라, 모든 병의 전염(傳染)이 모두 그렇듯이 초기에는 마치 불이 처음 타오르는 것과 같아서 그 불길을 소멸시킬 수 있지만 병세가 중함에 미쳐서는 불길이 치열하고 그 기세가 크게 번지는 것과 같아서 한 사람을 죽이고도 간악한 기운이 점점 커지고 다시 응결하여 흩어지지 않고는 타인에게 접촉만 하면 곧 전염이 확대되어 마치 불이 섶[]을 얻음과 같이 한없이 연소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병에 걸린 사람을 빠짐없이 찾아내어 인적(人跡)이 끊긴 섬에 몰아 놓고 의복·양곡·약품 등을 넉넉히 주어 타인(他人)에게 더 번지지 않도록 할 것인데, 비유컨대, 무서운 형세로 불타는 벌판((燎原)의 불도 연소되는 풀을 제거하면 그 피해는 반드시 한계가 있을 것이니, 이것이 그 상책(上策)인 것이다.

  다만 빠짐없이 찾아내기란 실상 어려운 것이어서 필연코 행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조선시대의 역병 창궐이 지금 우리가 겪는 일과 너무나 같고, 문종의 초기 대응방안과 우리들의 초기대응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당시의 임금과 지금 대통령의 이야기가 다를 뿐입니다. 지금 우리 대통령은 초기대응 실패로 이렇게 나라가 발칵 뒤집혔으나 이에 대한 진정한 사과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성종은 명덕유형(明德惟馨)이란 말을 인용하면서, ’이상적인 정치를 펴면 아름다운 향기가 신명(神明)을 감동시키게 되는데, 그것은 신에게 바치는 제물(祭物))이 향기로워서 감동하는 것이 아니고 덕치(德治)로 인하여 감동한다는 것이다.‘하면서 덕치를 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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