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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매(慈藏梅)의 고마움
상주문화원 김 철 수 박사
 
상주시민뉴스 기사입력  2021/02/15 [10:41] ⓒ 상주시민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아직 봄이 오기는 이른데 양산에 있는 통도사 절간에는 자장매(慈藏梅)’라 이름하는 홍매화(紅梅花)가 피기 때문에 상춘객(賞春客)들로 붐비고 있다. 이 자장매는 수령(樹齡)370년을 훌쩍 넘긴 노거수(老巨樹)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 홍매화는 약 380년 전 통도사 스님들이 사찰을 창건하신 자장율사(慈藏律師)의 큰 뜻을 기리기 위해 심었고, 자장율사의 이름을 따서 자장매(慈藏梅)’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임진왜란 후에 통도사 중창을 발원한 우운대사(友雲大師)1643(인조 23)에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하고 나서, 불타버린 역대 조사(祖師)들의 진영을 모실 영각(影閣)을 건립하자, 그해 섣달 납월부터 매년 연분홍 매화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자장스님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믿었다는 사연이 절간 게시판에 있다.

 

  이 자장매는 매년 구정(舊正) 무렵에 피었는데 올해는 2주가 넘게 빨리 피었다. 370여 년의 긴 세월동안 해마다 청아한 자태로 삭막하게 얼었던 중생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있는 고마운 나무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광풍(狂風)으로 온 나라가 뒤죽박죽이 되었고, 이런 일상(日常)에 국민들이 지쳤는데 이를 위로하는 마음에서 올해는 서둘러 개화(開花)한 듯했다.

  그런데 올해의 자장매는 전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느 때보다 풍성하지도 않고 앙상해 보였으며,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지난해 사부대중이 코로나19로 몹시도 힘겨워했던 그 아픔이 자장매에게도 전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병희(李炳喜) 시인은 그의 시 설중홍매(雪中紅梅)’에서

 

  동지섣달 짧은 해 걸음/ 돌담아래 빈둥대던 햇살/ 입춘(立春) 지났다고/ 매화가지에 올라 놀더니만/

 

  초승달 돌아간 새벽녘/ 몰래 부푼 선홍젖꼭지/ 선혈로 쏟아낸 순결/ 홍매화(紅梅 花) 되었는가”

 

라 노래했고, 9세기 중국 선종(禪宗)의 제10대 조사(祖師)였던 황벽(黃蘗) 스님은,

 

 뼈에 사무치는 추위 한 번 겪지 않고서야(不是一飜寒徹骨) 어찌 콧속 파고드는 매화 향을 얻겠는가(爭得梅花撲鼻香)”

 

라고 하였다.

 

  아직은 만개(滿開)하지 않았고, 몇일 전의 기습적인 한파(寒波)로 개화속도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이 정도 꽃이면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웠다.

  올해는 통도사 자장매의 붉은 자태의 기운을 받아서 국민 모두가 전과 같은 일상(日常)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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