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홍매화꽃의 가르침
전 상주대학교 총장 김 철 수 박사
 
상주시민뉴스 기사입력  2023/01/31 [10:10] ⓒ 상주시민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전 상주대학교 총장  김 철 수 박사

  아직도 겨울의 한복판인데, 남녁에는 벌써 매화가 피었다는 화신(花信)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홍매화가 가장 먼저 피는 곳은 양산의 통도사(通度寺)입니다. 예년 같으면 2월 중순이 되어야 피는데 금년에는 상당히 앞당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세파(世波)에 한파(寒波)까지 겹쳐서 힘겨워하는 중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저렇게 애써 꽃을 피운 듯합니다.
  예전에 정치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지조(志操)를 생명처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꿋꿋하고 지조있는 매화꽃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민생(民生)이 어려운데도 내년 총선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여당은 전당대회를 두고 이합집산을 계속하고 있고, 야당은 저런 것이 권모술수이구나 할 정도로 국민을 실망하게 하고 있습니다. 혹한을 뚫고 솟아난 청아한 매화꽃이 이런 모습들을 비웃을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한시(漢詩)가 생각났습니다.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제 가락을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이 변함없고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를 낸다

  “매화는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구절은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의지와 소신을 굽히지 않는 조선 선비의 꿋꿋한 지조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퇴계 이황(李滉)도 이 구절을 평생의 좌우명(座右銘)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
  작가인 상촌(象村) 신흠(申欽)은 송강(松江) 정철(鄭澈),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와 더불어 조선 4대 문장가로 꼽히는 분이며,  선조로부터 영창대군의 보필을 부탁받은 '유교칠신(儒敎七臣)'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광해군이 등극하자 파직되어 유배되었다가, 인조반정(仁祖反正) 후에 다시 복귀하여 이조판서, 대제학을 거쳐 영의정까지 지냈으나, 장남이 선조의 셋째 딸 정숙옹주와 결혼할 때, 좁고 누추한 집을 수선할 것을 주위에서 권했지만, ‘집이 훌륭하지 못해도 예(禮)를 행하기에 충분하다’며 끝내 기둥 하나 바꾸지 않은 청렴한 선비였습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지조(志操), 의리(義理), 부끄러움이 사라진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표리부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서운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부디 혹한(酷寒)을 견디면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 홍매화의 비굴하지 않은 모습을 닮은 사람들로 세상이 채워졌으면 합니다. 

 

 

▲      양산 통도사 홍매화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상주시민신문
 
 
홍매화꽃의 가르침 관련기사목록
1/33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