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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은 모두 시절인연(時節因緣)이다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김 철 수 박사
 
상주시민뉴스 기사입력  2023/05/06 [09:38] ⓒ 상주시민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김 철 수 박사

사람들은 인연 속에서 부딪치고 얽혀서 살아가기 때문에 유독 ‘인연(因緣)’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연기처럼 사라질 인생이다. 집착하자 마라’, 

        ‘바람처럼 날아갈 인생이다. 인연에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구름처럼 흩어질 인생이다. 연연해하지 마라’, 

        ‘한줌의 흙이 될 인생이다. 가볍게 살아라.’

 

  모든 인연에는 맺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고 합니다. ‘눈물 나도록 진하게 함께 했던 순간도’, ‘더 바랄 것 없이 서로를 위해주던 순간도’, 때론 ‘여러 이유로 어긋났던 감정도’, 모두 서로가 살아가기 위한 찰나의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명말(明末)에 중국 항주의 운서산(雲棲山)에서 기거했던 운서주굉(雲棲株宏: 1535~1615) 스님이 편찬한 『선관책진(禪關策進)』을 보면, “시절인연이 도래(到來)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13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난 법정(法頂)스님도 생전에 우리에게 인연에 대한 깊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最善)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고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서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인연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진실한 마음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投資)해야, 좋은 결실(結實)을 맺는 법입니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며,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 패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입니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대가(代價)로 받는 벌(罰)입니다. 

 

  고담선원의  혜민 스님도 인연 이야기를 많이 한 분입니다.

 

  “본인이 좋아서 노력하는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니다. 될 인연은 그렇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내가 별로라는 사람에게 집착해서 어떻게든 그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보겠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너무 힘들게 하는 인연은 그냥 놓아주라. 그러면 또 다른 인연이 어느 순간 만들어 진다.”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끝이 좋은 인연이다. 시작은 나와 관계없이 시작되었어도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가는 나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말이다.”

 

  나이 먹으면 인연도 흐트러집니다. 그래서 허무(虛無)함과 허망(虛妄)함이 몰려오기도 하고, 특히 어슬프게 맺은 인연 때문에 피로해 집니다. 그래서 나이 먹으면 인연 정리를 서둘러야 합니다. 그러면 정리한 만큼 마음이 여유롭고 평화롭고, 안정되며,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몇 안 되는 알짜배기 인연들만 챙겨도 좋은 노년(노년(老年))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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