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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논단] 술 마시는 이유
민경삼 문해교육조합 이사장 / 이원의료기 대표
 
상주시민뉴스 기사입력  2020/11/13 [09:22] ⓒ 상주시민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민경삼 문해교육조합 이사장 / 이원의료기 대표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경직된 사회생활에서도 우리의 모임과 관련된 음주문화는 관대하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술이라는 것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원활한 윤활제 역할을 하는 순기능과과하면 술주정으로 보여 될 일도 망쳐버리는 역기능을 발휘하는가 하면, 시대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조 섞인 고뇌의 해소용이기도 하다. 음주엔 저 마다의 방어기제가 있음에도 “오늘도 한잔”을 거절하지 못하는 묘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시대적 사연을 현진건은 그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탄식하는 위로의 대상으로 술을 삼았다.

 

 소설에서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남편이 결혼을 하자마자 동경유학길에 올라 아내는 공부하러간 남편을 속절없이 7,8년을 기다렸다. 신식 교육을 받지 않은 아내는 남편만을 바라보고 사는 전통적인 순종적 여인으로 공부라는 것은 돈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하며 희망 속에 남편의 귀국을 기다렸다. 그러나 동경에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기대와 달리 돈벌이를 하기는커녕 매일 술에 만취해 돌아와 아내에게 화를 내기도하며, 책상머리에 앉아 우울하게 지냈다.


 어느 날 새벽 만취해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술 좀 그만 마시라고 투정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토록 술을 권한 사람이 누구인지 불평을 한다. 그러자 남편은 씁쓸히 웃으며 조선 사회에서 자신이 할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식민지의 암울한 조선사회가 자신에게 술을 권한다고 말하지만 아내는 사회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요릿집 정도로만 생각한다. 남편은 아내의 무지를 답답해하면서 집을 나가고 아내는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라고 중얼거린다.
 
 위 소설의 줄거리처럼 지식인으로서 현실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러한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과 대응 방안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울분과 좌절 속에 사는 남편에게 술은 현실을 회피하려는 매개물이었다.

 

 어느덧 음주문화로 대표되는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소설 속의 남편처럼 술을 마시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개인과 단체는 연말행사 속에 자연스럽게 술을 권하게 된다. 행사의 분위기에 따르다 보면 술에 대한 너그러운 관용이 베풀어져 간혹 여러 불미스런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제일 위험한 음주후의 행위는 음주운전으로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에 준하는 행동으로 취급되고 있다. 2018년 음주 운전자에 의해 사망한 윤창호 씨 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일명 윤창호 법에는 음주운전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음주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주 행위는 소설 속 남편처럼 현실 회피용이거나 법이 강제하고 두려워 삼가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과 피해를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금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술 권하는 사회’는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    photo by. wonnam-Lee  농암 쌍용계곡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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